아이와 대화하는 방법, 감정을 표현하는 습관을 만드는 부모의 말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 했어?”
아이에게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짧을 때가 많습니다.
“몰라.”
“그냥.”
부모는 아이가 오늘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하지만 질문을 계속할수록 오히려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에서 중요한 것은 말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부모가 그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경험을 쌓는 것이 먼저입니다.
특히 유아기에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정확한 말로 표현하는 능력도 계속 발달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일상에서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이야기를 기다려주는 것이 아이의 감정 표현을 돕는 좋은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아이와 대화를 잘하려면 부모가 좋은 말을 많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듣는 것입니다.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부모가 중간에 답을 예상해서 대신 말하거나 바로 해결책부터 제시하면 아이의 이야기는 금방 끝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아이가 말할 때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바라봐 주세요.
아이가 한 말을 짧게 되돌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친구가 먼저 가져가서 속상했다는 거구나.”
이런 반응은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확인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매번 긴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짧더라도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어린아이에게는 마음이 불편하다는 느낌은 있어도 그것이 속상함인지, 서운함인지, 부끄러움인지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보고 감정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볼 수 있습니다.
“친구랑 더 놀고 싶었는데 집에 와서 아쉬운 것 같네.”
“열심히 만들었는데 무너져서 속상했구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려니까 조금 부끄러웠어?”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단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너 지금 화났잖아”라고 결론짓기보다 “화가 난 것 같아”, “혹시 속상했어?”처럼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주세요.
아이가 “아니야. 화난 게 아니라 슬픈 거야”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자신의 감정을 구분하고 표현하는 과정입니다.
“울지 마”보다 감정을 먼저 인정해 주세요
아이가 울면 부모는 본능적으로 빨리 달래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울지 마.”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지만 아이가 느끼는 감정 자체를 작게 만드는 표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친구와 다퉈 속상하다고 한다면 곧바로 “내일이면 다시 친해질 거야”라고 해결해 주기보다 먼저 마음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친구가 그렇게 말해서 마음이 많이 속상했구나.”
감정을 인정한다고 해서 아이의 모든 행동이나 판단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음은 이해해 주면서 필요한 행동의 기준은 따로 알려줄 수 있습니다.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꿔보세요
“오늘 뭐 했어?”
어른에게도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루 동안 있었던 많은 일 가운데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아이가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조금 구체적으로 바꿔보세요.
“오늘 제일 재미있었던 건 뭐였어?”
“오늘 웃었던 일이 있었어?”
“점심 먹을 때 누구랑 같이 앉았어?”
“오늘 조금 속상했던 일도 있었어?”
이런 질문은 아이가 하루의 특정 장면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질문을 연달아 쏟아내면 대화가 아니라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므로 아이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면 다음 질문보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왜 그랬어?” 대신 상황을 물어보세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너 왜 그랬어?”
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행동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추궁받는 느낌 때문에 방어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상황을 순서대로 이야기하도록 도와주세요.
“그때 어떤 일이 있었어?”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그때 어떤 마음이 들었어?”
행동의 이유를 바로 요구하기보다 사건과 감정을 하나씩 되짚어보는 것입니다.
상황을 충분히 들은 뒤 필요한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감정도 적절하게 말로 표현해 보세요
아이에게만 감정을 말하라고 하는 것보다 부모가 일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엄마가 지금 조금 당황했어. 잠깐 생각하고 이야기할게.”
“오늘 네가 도와줘서 고마웠고 기분이 좋았어.”
이처럼 감정을 행동으로 바로 표출하기보다 말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다만 부모의 힘든 감정을 아이가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전달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에게 감정을 책임지게 하기보다 감정에는 이름이 있고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정도가 좋습니다.
책과 놀이를 이용해 감정을 이야기해 보세요
아이에게 직접 “네 마음을 말해봐”라고 하면 부담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그림책이나 역할놀이를 활용하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책을 읽다가 등장인물의 표정을 보고 질문해 보세요.
“이 친구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왜 속상해 보일까?”
“네가 이 친구라면 어떻게 하고 싶어?”
인형이나 역할놀이를 하면서 “곰돌이가 친구랑 싸워서 속상하대.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이야기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감정을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해결해 주기보다 아이의 생각을 기다려주세요
아이가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부모는 해결책을 알려주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먼저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가 바로 답하지 못해도 조금 기다려주세요.
필요하다면 몇 가지 선택지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 다시 이야기해 볼까, 아니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 볼까?”
아이의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게 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도와야 합니다.
다만 일상적인 갈등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말하고 해결 방법을 생각하는 경험도 필요합니다.
화가 난 순간에는 대화를 잠시 미뤄도 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습관을 만든다고 해서 아이가 크게 화를 내는 순간 반드시 대화를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이 많이 올라온 상태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금 많이 화가 난 것 같아. 조금 진정되면 같이 이야기하자.”
필요하다면 부모가 가까이 있으면서 아이가 진정할 시간을 주세요.
아이가 안정된 뒤 “아까 어떤 게 제일 속상했어?”라고 다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므로 매번 완벽하게 표현할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마음을 말했을 때 고마움을 표현하세요
아이가 부모에게 속상한 일을 털어놓았을 때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 부모의 첫 반응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엄마한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주세요.
부모가 생각하기에 별일이 아니더라도 아이에게는 큰일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때 혼나거나 평가받기보다 누군가 들어줬다는 경험이 반복되면 다음에도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기 쉬워집니다.
감정 표현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배웁니다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에 특별한 문장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이야기할 때 관심을 보이고,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며,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험을 꾸준히 만드는 것입니다.
“왜 그랬어?”라고 바로 따지기보다 “어떤 일이 있었어?”라고 물어보고, “울지 마”라고 서둘러 감정을 끝내기보다 “속상했구나”라고 마음을 먼저 확인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다면 그 말을 끝까지 들어주세요.
이런 작은 대화가 반복되면서 아이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뿐 아니라 속상하고 화나고 부끄러운 마음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대신 해결해 주는 부모보다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곁에서 들어주는 부모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감정을 표현하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